국제당뇨병연맹(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이 영국 의학저널 란셋(Lanset)에 게재한 내용에 따르면 2021년 당뇨병 관련 전 세계 지출은 9660억원으로 2045년까지 1조54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며, 당뇨 환자는 2050년까지 최대 13억1000만명(2021년 기준 5억29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전체 사업군의 당뇨병 치료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 당뇨병 관리는 만성질환·합병증 등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 보건당국 역시 당뇨병 관리를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2050년까지 당뇨환자 10억명↑…치료제형 다변화
미국당뇨학회(ADA)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제2형 당뇨병 치료제는 기존 치료물질을 넘어 비만치료 물질과 병용시 체중 및 혈당 조절에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Juan P. Frias 박사에 따르면 GLP-1 작용제 일종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아말린 유사체 '카그릴린타이드' 병용할 경우 둘 중 하나를 단독 투여할 때보다 유의미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장기지속형 아말린 유사체인 카그릴린타이드와 GLP-1 작용제를 병용한 환자의 정상 혈당 범위에 있는 시간은 처음 40%에서 32주차에 89%까지 증가했다.
기전별 병용 요법의 연구는 경구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ADA는 2023년도 치료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며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의 조기 치료제 처방을 권고한 바 있다.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 비중이 30~40%로 높은 당뇨병 환자 현황을 반영한 권고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혈당 강하를 핵심 목표로 하는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 메트포르민 등 대표적인 제2형 당뇨병 치료기전의 3제 복합제 출시 준비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급여 확대로 SGLT-2의 복합제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타글립틴(DPP-4 억제제, 오리지널 MSD의 자누비아) 및 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 복합제(MSD의 자누메트)가 오는 9월로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후발약 급여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시장 규모만 170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현재 대원제약, 한미약품은 다파글리플로진(SGLT-2 억제제)과 시타글립틴(DPP-4 억제제)에 메트포르민을 합한 3제 복합제 급여결정 신청에 나서기도 했다.
CGM·인슐린 펌프·디지털 헬스케어까지 시장 치열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인슐린 자동주입기(인슐린 펌프)에 대한 연구개발(R&D)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CGM 기업 덱스콤(Dexcom)은 지난 6월 ADA 학술대회를 통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인슐린을 사용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전체 환자의 70%인 2500만명 추산)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혈당 모니터링 기기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인슐린 투여 요법이 필수적인 현재 제1형 당뇨병 환자 비중이 높은 CGM은 최근 인슐린을 투약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CGM 사용자가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까지 넓어지려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최근 8년여 개발을 마친 국산 CGM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아이센스는 지난달 20일 식약처로부터 국산 1호 CGM인 '케어센스 에어(CareSens Air)'에 대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내에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현재는 요양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제1형 당뇨병 환자 중심 판매전략 마련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아이센스는 관련 기술 공동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 인슐린 펌프 기업 케어메디와 함께 국산 기술 인공췌장 시스템 구축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해당 제품들은 모두 일상생활에서 건강 관리를 목적으로 R&D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도 이 같은 일상생활(식사 감지)과 인슐린 주입을 접목한 'Medtronic Meal Detection Technology' 기술 완성을 위해 우리나라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기업 이오플로우를 971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기, 혹은 기술 플랫폼 들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와의 연결로 보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당뇨병 관리 플랫폼 닥터다이어리는 혈당, 혈압, 식이, 운동, 체중, 약물, 당화혈색소, 케톤 등을 애플리케이션(앱)에 기록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 국내외 기업들의 기기와 연계를 통해 각 디바이스가 수집한 데이터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관리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작년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1군 인증을 승인받으며, 1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올해 4월에는 한독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 체결을 통해 디지털 관리 기술과 당뇨병 치료제 제품군을 결합한 맞춤형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거대 플랫폼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헬스케어는 환자 혈당 관리 서비스 '감마(프로젝트명 GAMMA)'를 통해 연속혈당측정기 및 모바일 기기를 통해 혈당, 음식물 섭취, 스트레스 등과 같은 정보를 수집해 환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뇨병은 사회적 문제…발 벗고 나서는 보험당국
치료제 및 관리 플랫폼 개발과 더불어 당뇨병을 관리하려는 국가적 차원 움직임도 확인되고 있다. 먼저 미국은 65세 이상, 만성 심부전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Medicare) 보험자를 대상으로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경우, 일회용이 아닌 인슐린 펌프(내구성 의료 장비, DME)와 인슐린을 보장(파트B)하는 개편에 나섰다. 주사가 필요한 인슐린의 경우에는 주사기, 바늘, 알코올 면봉 및 거즈 등을 보장(파트D)한다.
우리나라 역시 작년부터 연속혈당측정검사 교육 등이 포함된 급여기준을 신설하고, 올해에는 제2형 당뇨병 관리기기 급여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2022년 6월 건강보험공단은 제1형 당뇨병 환자 연속혈당측정기기 관련 급여(4만1470)와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개인용 CGM 교육(3만900원), 판독 및 활용교육(연간 6회 이내, 1만7850원) 급여 등을 신설했다.
또 올해 4월에는 △당뇨병 관리기기 사용 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 △CGM 등 급여 확대 대상자 선정 기준 △급여대상자 규모 및 재정소요 예측 등을 포함하는 '임신성 및 제2형 당뇨 환자의 당뇨병 관리기기 건강보험 세부기준 검토' 연구 용역을 수행할 연구자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과제는 올 9월 마무리될 예정으로,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제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CGM 관련 급여를 제2형 당뇨병 환자로 확대하기 위한 예측 연구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당뇨병 치료·관리 방안들이 고도화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경제적·환경적 요인에 구애받지 않는 접근성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당뇨 환자는 연 평균 5%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30대 환자들의 분포가 늘어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당뇨 환자뿐만 아니라 예비 당뇨 환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은 물론, 격차를 막론하고 해당 서비스와 치료법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 확대 방안은 필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