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학 전문 ‘스크립스연구소((TSRI)’와 캘리포니아대, 콜로라도대, 메이슨메디컬센터 등 공동 연구팀은 생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결과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내분비기관인 췌장(이자)은 인체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기관 중 하나다. 자가면역 공격은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제1형당뇨병을 일으킨다. 제1형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의 섬세포(랑게르한스섬 세포)를 파괴할 때 발생한다. 자가면역병의 일종으로 유전적 요인이 크고 일상적인 바이러스 감염으로도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가운데 제1형당뇨병(소아 당뇨병)이 5~1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모두 제2형당뇨병(성인 당뇨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자가면역 공격이 벌어지는 초기 단계에 투여해 섬세포를 보호하고 당뇨병 발병을 최대 수 년까지 늦출 수 있는 면역억제제를 2022년 승인했다. 그러나 의사들이 약물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환자 혈액 검체에서 ‘항 섬세포 항체(Anti-islet antibody)’ 수치를 검사했으나 이 항체 반응으로는 자가면역 진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다.
제1형당뇨병 환자, 몸 안에서 인슐린 못 만들어…평생 ‘인슐린 주사’ 맞아야
연구팀은 생쥐와 사람의 혈액 검체에서 T세포(면역세포 일종)를 분리했다. 이어 제1형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는 이 T세포를 분석해 활성 자가면역을 갖고 있어 당뇨병 위험이 높은 사람과 자가면역이 없어 당뇨병 위험이 낮은 사람을 100% 정확도로 구별해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발병 시점보다 한참 앞서 자가면역 과정을 포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활성 자가면역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 사람은 면역억제제를 투여받을 수 있다.
제1형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아예 만들지 못하므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로 어린이, 청소년에서 나타나지만 모든 연령층이 걸릴 수 있다. 최근엔 환자의 약 40%가 30대 이후에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제2형당뇨병은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겨 몸 안의 인슐린이 부족하며 ‘먹는 당뇨약’으로 치료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체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미국에선 약 200만 명이, 한국에선 인구의 약 2.3%가 제1형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제1형당뇨병은 심한 갈증을 일으키고 소변이 자주 마렵고 매우 배고프고 피곤한 증상을 보인다. 뚜렷한 이유 없이 몸무게가 줄어들고 상처가 빨라 아물지 않고 피부가 가렵고 건조하며 발에 감각이 없거나 저리고 눈이 흐릿하기도 한다.
면역 T세포 분석 통해 제1당뇨병 위험이 높다고 진단되면, FDA가 승인한 면역억제제 투여
연구팀은 단백질 복합체를 구성해 특정 T세포(CD4 T세포)가 자가면역 반응을 시작하기 위해 통상 인식하는 면역 단백질 및 인슐린 조각의 혼합체를 모방했다. 연구팀은 이 구조를 혈액 검체에서 항 인슐린 CD4 T세포를 포획하는 미끼로 이용했다. 그런 뒤 포획한 T세포 안의 유전자 활동과 세포의 단백질 발현을 분석해 활성화 상태를 측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제1형당뇨병 환자 가운데 어떤 사람이 ‘항 섬세포 자가면역’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가려내는 분류 알고리즘을 개발해냈다.
연구팀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연구로 CD4 T세포에 바탕을 둔 접근 방식을 검증하고 이를 종전의 항-섬 항체 정량화 접근 방식과 비교하길 바라고 있다. 연구팀은 혈액 검체에서 항-섬 T세포를 분리, 분석하는 과정을 더 편리하고 값싸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연구 결과(Measuring anti-islet autoimmunity in mouse and human by profiling peripheral blood antigen-specific CD4 T cells)는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