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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일가족 죽음으로 내몬 '1형 당뇨병'...인슐린 펌프 치료 접근성 높여야”
글쓴이 관리자 (IP: *.76.220.136) 작성일 2024-01-18 00:00 조회수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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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죽음으로 내몬 '1형 당뇨병'..."인슐린 펌프 치료 접근성 높여야”   

  •  정희석 기자
  •  
  •  승인 2024.01.18 07:35
 

김재현 교수 “타 국가 대비 인슐린 펌프 치료율 현저히 낮아” 지적
행위 수가 신설·요양급여 전환과 함께 환아·가족 교육 중요성 강조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라포르시안] 지난 9일 충남 태안군에서 한 부부가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1형 당뇨병의 중증 난치질환(산정 특례) 지정과 연령 구분 없는 의료비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병(인슐린 의존성) 환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사회적 지원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1형 당뇨 환아의 부모가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CGM)를 수입해 사용하다 검찰 조사를 받은 사연이 알려지자 대통령까지 나서 관련 소모품·장비 급여 확대 등 환자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태안 일가족 참극에서 알 수 있듯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이 겪는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다행히 지난해 제30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당뇨병 관리기기 급여 기준액을 신설해 올해 3월부터 19세 미만 1형 당뇨 환자의 혈당 관리에 사용되는 ‘정밀 인슐린 펌프’ 등 구입에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돼 본인 부담이 10분의 1로 줄어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인슐린 펌프와 전극의 본인부담률은 19세 미만 1형 당뇨 환자의 경우 기존 30%에서 10%로 낮아져 현재 5년에 최소 380만 원 이상 소요되던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약 45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급여 확대를 통한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1형 당뇨 환자 관리의 정책적 효과를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내외 치료 가이드라인이 인슐린 펌프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1형 당뇨 환자의 인슐린 펌프 치료율은 타 국가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현실이다. 따라서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 펌프 사용 접근성을 높이는 환경 조성과 함께 1형 당뇨 환자를 관리·교육하는 의료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메드트로닉코리아(대표이사 유승록)가 지난 17일 ‘최신 인공췌장 시스템과 적용’을 주제로 개최한 미디어 교육 세션에서 해외 치료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며 1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펌프 접근성을 높이는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식습관 등에 기반한 인슐린 주입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섭취하는 음식, 일상 활동과 운동, 건강 상태, 호르몬 분비, 인슐린 주입 시간 등 다양한 변수가 혈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시로 혈당을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속혈당측정기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지만 1형 당뇨병은 연속혈당 측정만으로는 혈당 조절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며, 혈당 수치에 맞는 인슐린 처치까지 이뤄지는 자동 인슐린 주입 시스템이 당화혈색소(HbA1c)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연속으로 혈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지속적으로 인슐린을 자동 주입해 주는 인슐린 펌프는 환자가 매일 인슐린 주사와 자가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의식을 잃거나 기능이 저하되는 등 저혈당으로 인한 위험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사용이 권고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당뇨병협회(ADA)의 2023 가이드라인은 '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청소년·성인 1형 당뇨병 환자 및 다른 유형의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 관리를 위해 자동 인슐린 주입 시스템이 제공돼야 한다'(should be offered)고 권고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2023 당뇨병 진료 지침에서도 '자동 인슐린 주입 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든 1형 당뇨병 성인은 저혈당 위험과 당화혈색소를 모두 낮추기 위해 자동 인슐린 주입 기기를 사용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뿐만 아니라 '목표 범위 내 혈당 유지 시간의 권고 수준인 70%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가 연동되고, 특히 자동 인슐린 주입 기능이 있는 펌프를 1형 당뇨병 환자에게 권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관련해 김재현 교수는 “다양한 기기의 조합을 사용하는 환자들의 목표 범위 내 시간(Time In Range·TIR)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인공췌장 시스템을 활용한 경우 TIR이 권고 수준인 70% 이상에 도달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TIR은 고혈당·저혈당 등 혈당 변동 패턴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기존 혈당 관리 지표인 당화혈색소를 보완한 것으로 환자의 혈당이 목표 혈당 수치 범위 내에서 머무른 시간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TIR 측정 때 권고되는 목표 혈당 수치 범위와 그에 머무른 시간 비율은 환자의 연령, 고위험군 및 임신 여부 등 개별적 특성에 따라 상이하다.

이러한 TIR은 채혈 없이 지속적으로 환자의 혈당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와 같은 당뇨병 관리기기를 사용하면 편리하게 알아볼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TIR이 10% 개선될 때마다 당화혈색소는 0.8%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TIR이 높을수록 미세혈관 관련 동반 질환 발생 위험도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에 따르면 1형 당뇨 소아청소년(7~17세) 160명을 대상으로 메드트로닉 인슐린 펌프 ‘미니메드 780G(MiniMed 780G) 시스템’의 당화혈색소·TIR 효과 및 중증 저혈당·당뇨병성 케토산증 안전성을 검증한 결과 당화혈색소 수치는 7.9±0.9%에서 7.4±0.7%로 0.5% 감소했다. TIR의 경우 59.4±11.8%에서 70.3±6.5%로 10.9% 증가했고, 해당 인슐린 펌프 사용 중 중증 저혈당·당뇨병성 케토산증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미니메드 780G와 같은 최신 인공췌장 시스템이 1형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를 감소시키고, TIR을 증가시키는 임상적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인슐린 펌프 치료율은 다른 국가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김재현 교수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의료기기 교육 관리·처치에 필요한 행위 수가가 부재하고 요양비 청구 절차가 까다롭고 불편하며, 요양비 지원에도 여전히 높은 비용 부담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진에 대한 ‘합리적인 행위 수가 신설’ 및 기존 요양비에서 ‘요양급여로의 전환’과 함께 모든 연령에게 ‘요양비 지원 확대’를 통해 1형 당뇨 환자의 인슐린 펌프 사용 접근성을 높이는 환경 조성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1형 당뇨병 소아청소년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인 만큼 성장 발달 단계에 알맞은 영양소 공급과 적절한 신체활동 및 정서적 지지를 통한 안정적인 당뇨 관리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환아와 가족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형 당뇨병은 의료기관 내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을 통해 인슐린 적정 주사 용량, 혈당 조절, 식단관리, 심리적 상담은 물론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 펌프와 같은 당뇨병 관리기기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질 때 제대로 관리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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