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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청소년1형 당뇨 가족들… 높은 의료비에 의사노릇까지
글쓴이 관리자 (IP: *.76.220.136) 작성일 2024-01-24 00:00 조회수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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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1형 당뇨 가족들… 높은 의료비에 의사노릇까지

희귀질환에 환자 적고 수가 낮아
환우회 채팅방서 도움 주고받아
태안 등 지자체들 잇단 조례 추진

입력 2024-01-24 00:03 수정 2024-01-24 00:03
청소년1형 당뇨 가족들… 높은 의료비에 의사노릇까지 기사의 사진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A군이 23일 자택에서 배에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다. A군 배에는 연속혈당측정기도 붙어 있다. 보호자 제공
청소년1형 당뇨 가족들… 높은 의료비에 의사노릇까지 기사의 사진 
1형 당뇨 환아들이 갖추고 있는 주사기와 혈당 체크 시험지 등 당뇨 관련 소모성 재료. 보호자 제공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강현준(가명·11)군은 2022년 3월 맹장 수술을 받았다. 강군 부모는 입원 당시 병원 측에 강군이 1형 당뇨 환자라는 사실을 알렸다. 병원은 수술 전후로 강군의 혈당을 적정 수준에서 잘 관리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수술을 마친 강군 상태가 갑자기 악화됐다. 수술 후에도 혈당이 200㎎/dL 이상을 나타냈다. 강군은 곧 몸 전체가 부어올랐고, 눈도 파묻혔다. 강군은 부모에게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섬망 증세를 보인 것이다. 강군의 상태를 보다 못한 부모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채팅방에 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채팅방에선 ‘부모가 직접 강군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아주라’ ‘의사보다 보호자 자신을 믿어야 한다’ 등의 조언이 쏟아졌다. 결국 강군 부모는 병원 몰래 강군에게 인슐린을 주입했다. 그제야 강군의 혈당이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1형 당뇨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병원이 강군이 평소 쓰던 인슐린이 아닌 다른 종류의 인슐린을 투입한 탓에 생긴 일이었다.

결국 강군 부모는 자녀를 다른 상급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해당 병원에서 1형 당뇨를 담당하는 의사는 병실 의료진에게 “1형 당뇨 관리는 부모가 더 잘한다”며 “부모가 자녀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는 것을 제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강군 부모는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강군 사례처럼 1형 당뇨 보호자들은 서로 조언하며 사실상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1형 당뇨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1형 당뇨의 경우 수가가 낮고 희귀질환이라서 환자 수도 적다 보니 전문가도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김용혁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3일 “1형 당뇨가 중증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상담 수가도 없다 보니 의사 입장에서는 1형 당뇨 환자를 많이 볼수록 손해인 상황”이라며 “출생아 수 저하로 소아과 의사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형 당뇨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환자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나선 점이다. 현재 인천과 경기도 평택, 제주도 등 전국 9개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해 1형 당뇨 환자를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9월 본회의에서 ‘인천시교육청 당뇨병 학생 지원 조례안’을 재석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경기 평택시도 같은 달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서 올해 신규 사업으로 1형 당뇨 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평택에 거주하는 1형 당뇨 환자는 혈당 측정용 센서, 연속혈당 측정기, 인슐린 자동주입기 구매 시 본인부담금 30% 가운데 최대 124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최근 1형 당뇨 환자 가족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충남 태안군도 뒤늦게 조례 제정 작업에 돌입했다. 태안군 관계자는 “지난 1월 사업을 시작한 경기 평택시와 비슷한 방향으로 지원책 마련을 논의 중”이라며 “올 상반기 중 지원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군이 준비 중인 조례에는 당뇨병 관리기기 구매비용 지원뿐 아니라 1형 당뇨 환자 현황조사 및 환자·보호자를 대상으로 상담교육을 진행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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