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1형당뇨 편견 없는 세상 보여줄게” 율아와 아빠의 특별한 여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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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IP: *.76.220.136) | 작성일 | 2024-02-09 00:00 | 조회수 | 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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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당뇨 편견 없는 세상 보여줄게” 율아와 아빠의 특별한 여행1형당뇨 앓는 8살 박율아양, 10박11일 대장정
"율아가 살다가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아빠가 율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불과 8살 나이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를 떠올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 세종시에 사는 박근용(47)씨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율아가 1형 당뇨에 대한 편견이 없는 세상에서 살길 바란다"며 울먹였다. 박씨는 지난 7일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딸 율아(8)와 함께 세종에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까지 약 170km에 달하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세종시에서 출발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천안, 평택, 오산, 수원, 의왕, 과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거쳐 용산 대통령실까지 10박 11일에 걸쳐 도보로 이동하는 긴 여정이다. 박씨 부녀는 행군 시작 2일차인 8일 오전 9시께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복지부에서 충북 청주에 있는 식약처까지 20km 상당의 거리를 도보로 이동했다. 박씨가 보내준 사진에는 귀도리와 실시간 혈당 모니터링이 가능한 연속혈당측정기를 착용한 채 씩씩하게 걷는 율아의 모습이 담겼다. 어린 딸의 보폭에 맞춰 묵묵히 짐수레를 밀며 걷는 박씨의 모습도 한 눈에 들어온다. ‘편견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작은 사이즈의 현수막이 걸린 수레에는 각종 의료기기와 저혈당에 대비한 주스, 포도당 캔디 등이 가득 담겼다.
율아는 작년 7월 1형당뇨 진단을 받았다. 1형당뇨는 최근 충남 태안 일가족 비극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온 소아당뇨의 정식 명칭이다. 운동부족,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요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체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는 2형당뇨와 달리, 자가면역 기전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발생한다. 인슐린을 전혀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생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해야 해 혈당관리가 매우 까다롭다. 주사 시기를 놓치면 인슐린 결핍으로 케톤체라는 산성 물질이 몸에 쌓여 혼수 상태에 이르게 된다. 반대로 체내 요구량보다 많이 주입하면 저혈당에 빠져 실신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다. 율아는 학교 건강검진의 일환으로 받은 소변검사를 통해 우연히 1형당뇨를 발견했다. 박씨는 “소변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에 데려갔다가 응급실에서 1형당뇨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며 "양가를 통틀어 당뇨 환자가 전혀 없었던 터라 7살 딸이 당뇨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병원에서는 일주일 안에 퇴원을 해야 한다는데 난생 처음 듣는 병을 감당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회상했다.
1형당뇨 환자는 단순히 혈당측정기 사용과 인슐린 주사를 놓는 방법 뿐 아니라 인슐린 작용 시간, 음식별 탄수화물(당분) 함량 등에 대해 숙지해야 한다. 매 끼니 식사 전, 취침 전 기본 4번에 중간중간 혈당이 올라 고혈당 상태가 30분 이상 지속되면 1~2번 더 주사를 놓아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 맞아야 할 인슐린양을 계산하는 것도 오롯이 환자의 몫이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던 박씨는 율아가 병에 익숙해질 때까지 전적으로 매달릴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작년 10월부터 육아휴직을 냈다. 박씨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아이가 갑작스럽게 1형당뇨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부모) 둘 중 하나가 회사를 그만 둔다"며 "상대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수월한 공공기관에 근무 중이라 엄마 대신 휴직을 쓰면서 (딸의) 당뇨 관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율아는 하루 평균 8번씩 자기 몸에 직접 인슐린 주사를 놓는다. 아빠의 꼼꼼한 가르침 덕분이었을까. 8살의 어린 나이에도 야무지게 인슐린 주사를 시간 맞춰 챙겨맞곤 한다. 그럼에도 제법 쌀쌀한 날씨에 성인도 힘든 거리를 내내 걸어서만 이동하기란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다. 박씨가 율아의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으로 끊임 없이 혈당을 체크하지만1형당뇨 진단을 받은 지 1년이 채 안된 데다 어리다 보니 갑작스럽게 저혈당에 빠지거나 혈당 변동 폭이 커질 수도 있다. 부녀의 도전 소식을 접한 정영구 권선삼성내과 원장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이들의 여정에 동행하며 중간중간 율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율아의 컨디션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거나 중단할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태다.
박씨가 설 연휴를 앞두고 어린 딸과 대장정에 나선 배경은 뭘까. 그는 "정부부처를 향해 항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보다는 1형당뇨를 앓고 있어도 혈당 관리만 잘 하면 (당뇨가 없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다는 사실을 율아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충남 태안에서 1형당뇨 환자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이후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보니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박씨는 "1형당뇨를 앓는다고 해서 불쌍한 사람, 불행한 사람으로 비춰지길 원하지 않는다"며 "이달부터 인슐린펌프, 연속혈당측정기 등의 비용 부담이 완화되는 등 관련 부처에서 1형당뇨 환자를 위한 대책을 열심히 세워주시는 데 대해서도 고마움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중증 난치 질환 인정, 장애 등록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더뎌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박씨 부녀는 17일이면 최종 목적지인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1형당뇨는 완치가 안 되지만 국가와 사회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도와주면 남들과 다름없이 사회활동이 가능하다"며 "대통령께서 1형당뇨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종 목적지를 정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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