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세포를 줄기세포로 복제해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이 내년부터 진행된다.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면 환자는 매일 수차례 맞아야 했던 주사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일본 교토대학병원은 췌장 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중증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로 만든 세포 시트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내년 중 실시할 계획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일 전했다.

교토대병원은 20~65세 환자 3명을 대상으로 1년에 걸쳐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신문은 “유효성이 확인되면 지속적 주사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기업에 의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2030년 이후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인슐린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췌장 조직에 섬처럼 흩어져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췌도·췌장섬)가 파괴된 탓이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복부에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인슐린을 외부에서 공급해야 한다.

기존에도 주사 대신 사망자 췌장에서 췌도를 떼어내 중증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이 있었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이 수술에 공공의료보험을 적용했다. 하지만 기증자 부족 등으로 지금까지 시술받은 사람이 10명이 채 안 된다고 한다.

교토대 등이 새롭게 개발한 기술은 건강한 사람의 iPS 세포에서 섬 세포를 만든 뒤 이를 시트 형태로 제작하는 방법이다. 지름 몇 ㎝짜리 정사각형 시트에 섬 세포를 모아 여러 개를 환자 복부 피하에 이식한다. 시트는 환자의 혈당치 변화에 맞춰 인슐린을 방출하기 때문에 주사 없이 혈당치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계획은 지난달 말 교내 심사위원회에서 승인받은 뒤 후생노동성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전달됐다. PMDA는 임상시험에 대한 자문과 검토를 담당하는 독립 행정기관이다.

췌도 시트는 교토대와 다케다제약이 함께 설립한 신생 기업이 맡는다.

미국에서는 바이오 제약회사 버텍스가 인간 줄기세포에서 췌도를 만들어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섬 임상에 참여한 환자 12명 모두 이식한 세포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인슐린이 분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교토대 간담도·췌장 이식 외과 강사인 아나자와 다카유키 박사는 “이 기술이 실용화하면 저혈당으로 인한 생명의 위험이나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일본 췌도이식학회장 겐모치 다카시 후지타의과대학병원 특임교수는 “기증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다만 “이식 후 체내에서 다른 세포로 변화해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장기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실용화를 위해서는 비용을 어떻게 낮출지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췌장 내 문제로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은 생활습관에 영향을 받는 제2형과 달리 젊은층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제1형과 제2형 모두 신장 기능 저하, 망막병증, 신경병증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iPS 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환자 몸에 가해지는 부담과 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해법으로 평가된다. 치료의 핵심은 혈당 변화에 맞춰 체내에서 적절한 양의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 세포를 보충하는 것이다.

일본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는 돼지 췌도를 특수 캡슐로 감싸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